완벽한 타인 :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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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폰을 목숨과 같이 사수하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늘 끝이 안 좋은 진실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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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휴대폰은 우리의 알몸 만큼이나 은밀합니다. 연인관계에서도 오픈을 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은 늘 있어왔고 폰을 잃어버린다는 상상은 많은 이들에게 하늘이 무너져 내림 수준의 치명적 재난과 동일시되기도 할 겁니다. 한사람의 휴대폰을 해킹해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가치관, 삶의 우선순위 등의 정보가 DNA수준으로 정확하게 파악이 될만큼 개인 휴대폰은 많은 비밀을 간직한 인생의 블랙박스이자 때론 열려선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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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은 2016년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Perfetti sconosciuti)'의 리메이크작으로 작년 10월 말 개봉했습니다. 40년을 함께 알아온 불알 친구 4명이 집들이 모임에 모여 저녁식사를 나누던 중 핸드폰에 대해 흥미로운 게임을 제안하는데, 저녁식사 동안 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모든 문자와 통화 내용등을 함께 공유하자는 내용이었지요. 자신도 없으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게임에 응하게 된 등장인물들은 까발려진 엄청난 비밀들과 뒷다마,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들을 보고 들을 필요도 없는 사실들을 듣게되면서 저녁모임은 완전 난장판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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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다 안다고 말하는 것 만큼 오만한 착각은 없을 겁니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배우자가 서로를, 부모가 자식을,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알아온 절친이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확신은 오해와 실망과 절망을, 때론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요. 어쩌면 누군가를 다 알고야 말겠다는 시도는 허황되고 무모한 도전이자 인간에겐 허용되지 않은 불가능한 영역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40년의 삶을 함께했던 영화 속 친구들 또한 서로를 잘 아는 완벽한 친구인줄 알았지만 결국엔 완벽한 타인이었다는 씁쓸한 결말만을 남겨주지요. 영화는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고 결론짓습니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참으로 공감가는 말입니다. 겉으로 보여져야 한다고 여기는 삶 / 가까운 사람들이 아는 나라고 정의되는 삶 / 아무도 모르는 나만이 아는 은밀한 혹은 똘기 충만한 삶... 그렇게 우리는 가면을 바꿔 쓰며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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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있되 거리를 두라'고 말한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모든 관계속에는 선을 지키는 적당한 소통과 바람이 거닐만한 거리를 두는 것이 안전한 삶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도 없고 인간은 상처받기 쉬우며 사람들은 내가 아는 것보다 낯설 수 있다며 굳이 사람들에 대해 많은 걸 알 필요는 없다는 석호(조진웅)의 말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 싶어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모든 관계라는게 결국은 모래성처럼 위태로운 구조에 불과하지 않나하는 회의도 느껴집니다. 때론 아무것도 아닌 잔잔한 파도에도 허무하게 무너지기도 하고 상처를 감내하며 관계를 유지하다가 결국 폭발해 사라지기도 하는게 인간 관계이지요. 인간에게 큰 기대없이 좋게좋게 좋은 기억만을 간직하며 다름을 인정하고 틀렸다 하지 않으며 애써 깊이 알려고 들지 않는 것이 불편과 상처없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키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너무 관조적인가요? ㅎㅎ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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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문명화된 진실게임은 큰 파장과 파국을 일으켰고 서로에게 가식과 위선을 발견하면서 관계는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는 활동반경이 좁은 영화를 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연극처럼 안정감 있는 공간에서 잘 짜여진 탄탄한 각본과 배우들의 대화와 연기에 집중하면서 유머와 서스팬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르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어요. 그리고 '완벽한 타인'이 딱 제가 선호하는 그런 영화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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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가 코미디이다 보니 유머와 위트도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지만 오버해서 등장인물들을 모두 극으로 치닫게 하는 작위적 설정은 사람에 따라 반감의 요소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전개되는 상황들이 웃고는 있지만 씁쓸함에 마냥 유쾌할 수는 없다는 점도 존재하고요. 그리고 마치 명언제조기처럼 진지하게 내뱉는 석호(조진웅)의 대사들이 코미디 장르 안에서 좀 부조화스런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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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결말은 평이 좀 엊갈리는데요. (이 단락은 영화를 보신분들만) 인셉션 팽이를 오마주한 반지씬으로 이전의 모든 사건들을 원점으로 돌려 놓는데 여러분들은 반지씬 이전이 상상이길 원하나요? 이후가 상상이길 원하나요? 개인적으로는 감독판으로 결말을 두개로 모두 공개했다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수습이 안돼 결말을 너무 쉽게 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알고보니 다 꿈이었다 급. 참고로 저는 이후가 상상이었으면 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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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유해진의 연기 스팩트럼에 대해 감탄했습니다. 영화 후반, 친구의 비밀을 지켜주는 의리있는 모습 때문인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구요. 비밀을 가진 친구는 본인으로 생긴 가정 파탄 위기임에도 끝까지 자기만 생각하며 입다물고 있는게 화가 치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서진의 연기는 혼자 겉돌고 '나 지금 억지로 연기해...' 하는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네요. 감독이 드라마 '다모'로 맺은 연때문에 캐스팅한게 아닌가 싶은데 미스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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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중간중간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코미디 장르에서 이정도의 각본과 유치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연출로 몰입감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영화를 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강/력/스/포/주/의/) 예진(김지수)과 준모(이서진)가 완전 쓰레기로 나와요. 다른건 다 넘어가도 이 두 커플은 가도 좀 너무 간 것 같습니다. 과한 설정으로 괜히 관객의 기분을 더럽힌 것 같아요. 이 설정 없이 장인과의 갈등이나 부진한 사업등으로 석호(조진웅)의 정신상담 이유를 연결했어도 매끄러웠을 것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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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완벽한 타인'은 tvN에서 15일 오후 10시 40분에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욕설과 성적 농담도 밥먹듯 나오니 애들은 재우고 보시구요.ㅎㅎ 그럼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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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튼키위즈 (Rotten Kiwies) 평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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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다가 결말 왜이래 싶었어요.ㅋ
조진웅의 명언들이 저는 명쾌하고 좋았었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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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좀 아쉬웠죠. 명언도 처음엔 저도 괜찮았는데 두번째 보니 자꾸 거슬리더라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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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위험한 게임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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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모한 게임이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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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밀을 알고도 마지막에 서로 웃으면서
나가는 거 보고 슬프면서도 불편했는데,
앞이든 뒤든 상상이라는 설정이었구나ㅎㅎㅎ
난 왜 보고도 몰랐지 'ㅡ' ㅋㅋ큭큭크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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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15일 오후 10시 40분, 다시 복습해야 할 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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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헛봤고만 ㅋㅋ 이상한 장면만 보는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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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정말 재밌게 봤던 영화인 것 같습니다.
다만 설정들이 좀 과한 감은 있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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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코믹적 허용이라고 이해하면서 보긴 했지만 과하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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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흥미롭게 봤었어요.
영화에서 이서진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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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막장으로 나오죠?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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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보고 와이프님께서 제 폰검사를 하셨슴니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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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검사 하셨어야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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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고 실제로 한 사람들이 울고불고 난리도 아녔다던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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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경고:따라하지 마시오" 붙여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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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따라한 사람들 미친 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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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ting problem topic. Some films with themes like this are always interesting because they reveal secrets by secret slowly and at the same time there are comedy things that entertain as well as irony in life

Thanks for your contribution.

Regards,
@anggreklestari
[RealityHubs Cu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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