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짧은 글] 내 마음을 오늘 들은 이는 당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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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오늘 들은 이는 당신뿐이었다. 당신의 외투가 낡아서 밖에서 내리는 눈은 모서리를 잃었다. 나는 어찌 여기에 들렀느냐고 물었다. 당신이 더운 김이 뿜어져나오는 주전자를 들어올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아, 나는 내 마음속 솥의 달걀찜이 바야흐로 서러운 노란빛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걸 당신에게 먹이려고 나는 당신의 외투를 서둘러 접었다. 아, 먹먹한 눈의 숨 같은 빛이 내 어깨를 당신 어깨에 기대게 했다. 좋았다. 좋았다는 말을 그렇게 기댄다, 라는 말로 고쳐 말할 수밖에 없었다. 눈의 숨 같은 시간이 우리의 잠 속에서 쉬었다. 우린 육체가 좋은 정신이었다.

허수경, 《가기 전에 쓰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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