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 : "회고록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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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댁에 갈 때마다 아버님과 술을 마신다. 아내님은 술 마시는 걸 매우 싫어하지만, 아버님께서 워낙 애주가라 피해갈 방법이 없다. 또 하나 문제점은 처가댁 식구들이 모두 비주류라 내가 아니고서는 아버님과 같이 마셔줄 사람이 없다는 거다. 어쨌건 술을 핑계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를 마음껏 하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것 또한 내가 할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 즐거운(?) 마음으로 술잔을 비워내곤 했다.

아버님은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집에 있을 때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티비를 보신다. 텃밭에 나가서는 묵묵히 일하시는 편이라 그 때 또한 말이 없다. 술을 마실 때 말고는 대화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한 3일 동안 아버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전에는 아버님께서 일방적으로 말씀을 하시고 내가 들었지만, 이번에는 서로간에 하고 싶었던 대화를 이어나갔다. 늦은 저녁, 찬 바람을 맞으며 집 주변을 걸으시다가 문득 "회고록을 쓰고 싶다"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님에게 "아버님께서 회고록을 쓰고 싶다고 하시더라. 좋은 노트 하나 선물해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아내님은 눈물을 흘리면서 아버님께서 글씨를 참 잘 쓰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고마워했다. 아마도 내가 글쓰기를 좋아 하는 걸 알고 계시는 아버님께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신 거라고, 본인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버님께서 하고 싶으신 일을 옆에서 도와달라고 했다. 글 쓰는 것 자체가 즐겁기도 하고 특정 순간에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때만큼 내가 스팀잇을 통해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사실이 보람찼던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나의 작은 습관 하나가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꿈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아버님께서 틈틈이 회고록을 쓰실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드려야겠다. 그리고 허락 하신다면 스팀잇에 올려 그분의 삶과 소중한 추억들을 남겨 놓고 싶다. 오랫동안 두고두고 볼 수 있도록......

맑은 공기, 따스한 햇빛, 아이들의 웃음 소리, 아내의 다정한 눈길. 모든 것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상입니다. 언제나 밋님들에게 감사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온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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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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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실 사람도 없고 아버님이 얼마나 외로우실까!! 같이 마셔 드리는것도 효도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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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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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범 사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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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찬이십니다 ㅠㅠ
더 잘 해야하는데 항상 부족함을 느낍니다.
메네르바님. 오들도 건강하고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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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장인어른께선 술을 전혀 안하십니다. 그래서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저를 아주 맘에 들어하십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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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비주류라면 더 좋겠네요.
저도 앞으로 술 대신 차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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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에 회고록을 한번 쓰도록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혼자 생각해봅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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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 치시는 게 어려우실 듯 해서 노트에 직접 쓰시면 제가 옮겨 볼까 생각 중입니다.
언제나 사과님의 가정에 건강과 즐거움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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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과거에 있었던 일이 더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고 하더라구요.
아마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무언가 남기고 싶으신 마음이 있으셨나보네요.
말씀도 없으신 분이시라니 어쩌면 더 좋은 글이 나올 수도 있겠어요.^^
잘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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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함께 하고 싶네요.
장인 어른뿐만 아니라 장모님, 그리고 저희 부모님께도 글 써보시라고 추천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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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 많이 어려울 수도 있는 관계인데 이렇게 술 한잔 기울이는 사이시라니 정말 좋아보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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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술보다 다른 것으로 함께 해야겠습니다. ㅎㅎ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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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친이 자서전을 쓰도록 하고 싶은 생각을 해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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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함께해요 도잠님~!!
분명 어머님께서도 좋아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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