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육아일기#53] 얼떨결에 고구마를 키우게 되었다!

지난 가을 장모님 텃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를 두 자루나 집으로 가지고 왔다. 이웃분들과 나누고서도 엄청나게 많아서 고구마 맛탕, 고구마 튀김을 해서 밥 반찬으로 먹기도 하고, 찌고 구워서 간식으로 먹기도 했다. 열심히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잘하게 남은 고구마 몇 개의 상태가 안좋아져서 집에서 키우고 있는 사슴벌레 굼벵이들에게 주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굼벵이들이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구마 보다는 내가 거금을 들여 준비해 준 흙이 좋았나보다. ^^;;). 그래도 고구마가 썩으면 자연스레 흙의 양분이 될 것 같아서 내버려 두고 있었다. 어느 날, 평소처럼 굼벵이들의 흙에 물을 뿌려 주는 와중에 뿔이 6호에게 준 고구마 중 하나가 심상치 않음을 발견했다. 분명히 썩었다(죽었다)고 생각한 고구마에서 뿌리가 자라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듬성등성 보이던 뿌리들이 조금씩 많아지더니 결국에는 흙을 뚫고 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세 개의 줄기에 잎사귀까지 달려 생생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고구마를 보면서 생력의 신비를 다시 한 번 체험하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아이들에게도 좋은 학습이 되었다. 단순히 맛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고구마가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오르고 잎이 피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 보면서 자연을 느끼고 신비감에 사로 잡혔다. 이제는 단순히 굼벵이만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고구마가 자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작은 화분 앞으로 다가간다. 가끔 서로 물을 주겠다고 분무기 쟁탈전을 벌여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그만큼 동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그런 것이라고 위안삼고 있다.

고구마가 흙의 영양분을 다 빨아 먹어서 뿔이 6호의 상태가 안좋아 질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는데, 넓적사슴벌레의 생태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혹여나 이상이 없더라도 다음 흙을 교환 시기에 고구마를 더 넓은 곳으로 옮겨 주어야겠다. 잎까지 잔뜩 피웠는데 뿔이 6호가 다 갉아먹어 버린다면 그건 그대로 마음이 아플 것 같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고구마까지 키우게 되었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보니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앞으로 우리 가족들뿐만 아니라 우리 집안에서 자라고 있는 모든 동식물들도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 바란다. 고마워. 사랑해. 축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