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추식 소설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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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 아주 씩씩하고 싹싹하고 예쁜 사원이 있다.
누가 봐도 그 매력에 흠뻑 빠질만한 그런 사람이다.
거기다 일을 찾아서 하는 타입이라 사람들이 늘 칭찬하는데 얼마 전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있음을 발견했으니, 윗사람의 찌질한 질투였다.

그 사원의 자리에 갔다가 이 책이 나란히 꽂혀 있는 걸 발견했다. 왠 소설집이냐 했더니, 돌아가신 할아버님이 작가이셨단다.
그래? 특별한 경우라 무조건 빌려왔다.

그리고 안 돌려줬다. 1년이 다 되간다. 물론 눈치가 보였다. 지난주부턴가 꺼내어 본격적으로 읽다가 '만만치 않은' 작품임을 눈치채고는 잔머리를 굴렸다.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말을 더욱 정답게 붙이며, 무조건 폭풍 칭찬하기.
그리고 '여분의 책이 있는 것 같은데 제게 기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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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친구 역시 쿨하기로는 엄지척.
당장 표지에 사인을 해서 준다. 그 조부에 그 손녀.

추식 선생(1920 ~ 1987)은 청주시에서 태어났다. 이십 세부터 충북도청 산림과에 근무했고 개인 사업을 했으나 실패했다. 독립신문 등 여러 신문사의 기자 생활을 했다. 김동리의 추천으로 <부랑아>로 작가의 길을 들어 섰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전쟁 고아, 회사원, 교사, 부랑자, 매춘부 등은 작가의 경험과 취재원에서 취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모두 27편으로 실의에 빠진 6.25 전후 세대들을 묘사하고 있다. 약간의 해학을 양념으로 둘렀는데, 사회 고발적인 내용이 아님에도 당시가 얼마나 무법천지였는지, 부도덕하고 음산하며 염치가 없는 시대인가를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우리가 잊고 있던 사투리와 표현들이 종종 나오는데 언어가 시대에 따라 변함은 당연하지만 좋은 표현이 사라지고 있다. 풍부한 어휘와 표현법의 자리에 외국어와 컴퓨터 용어와 청소년 만의 은어가 자리한 것 같다.

모르고 있던 작고한 문인의 작품을 그 손녀에게서 받고 이런 사인까지 받다니, 살면서 몇 번 못 만나는 독특한 경험이다.

추식 // 현대문학 // 현대문학 //2013// 14,000원//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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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성함이 '추식' 이셨군요.
순간 추석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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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엔 뭘.... 아 마늘을 마눌로, 이번엔 추석으로.
암만봐도 러키님 유머 감각 있으시당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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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잠님 앞에서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유머감각 보다는 저도 슬슬 노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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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와 호형호제하던 사이셨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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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을 받았다 함은 제자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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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고 소중한 추억이네요
작가님은 타계하셨지만 그 손녀분께 사인과 함께 책 선물을 받으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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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고마울 따름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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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도잠님에 어울리는 선물을 받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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