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다운보팅 이슈2

in #sct2 years ago

연어입니다. 지난 밤에 이어 다운보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더 적어 보았습니다.

얼마전에 왠지 아파트 관리 소장님이 바뀌신듯하여 알아보니 정말로 그렇더군요. 이전 관리 소장님이 누구인지 새로 부임한 관리 소장님이 또 누구인지 알지는 못하지만 단 한가지 변화를 눈치채고 그리 추측했던 것입니다. 바로 아파트 단지내 주차난 해결이지요.

돌이켜보니 몇 년 전 단지내로 운전을 하며 들어오다가 눈쌀을 찌뿌린 일이 있었지요. 단지 입구 쪽에 10미터 정도 도로에나 있을 법한 중앙 분리봉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 뭐 이런 곳에 이런걸 세워둔거지?

이후에 종종 파손도 일어나 보기에도 흉직하거니와 위치도 아주 엉뚱한 곳이었지만 딱히 10미터 정도 되는 길이라 별다른 영향은 없으리라 생각하며 혀만 끌끌 차고 말았지요. 그런데 그 분리봉들이 이번에 싹 제거가 된 겁니다.

처음에는 장소와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 흉물이 사라진듯하여 보기에 시원하다고 느낀 정도였는데,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 몇 칸이라도 주차 공간이 남기 시작한 것이죠.

제가 이런 변화에 놀란 이유는 입주 이후 단지 내에 차량 대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고, 아시다시피 요새는 SUV같은 제법 몸집이 되는 차량 비중도 늘어나 주차 공간 싸움이 더 치열해질 판이었으니까요.

이전 관리 소장님은 입구쪽 가까이에 중앙 분리봉을 설치해 단지내에 차량이 다니는 길을 도로처럼 절반으로 나누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이 밤이 되어 본격적인 주차가 시작되면 가장 인기가 좋은 실내 주차장이 차고, 그 다음에 외부 주차 구획이 차기 시작하면서 단지내 도로가에 차들이 주차를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다시말해 사람들의 인식에 절반으로 나뉜 양쪽 사이드로 지그재그 주차가 시작되지요. 그렇게 되면 정작 주차 가능 대수는 많지 않으면서도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매우 협소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관리 소장님의 풀이 방식은 전혀 달랐습니다. 중앙 분리봉을 없애면서 '도로를 자로 재듯 절반씩 나눈다'는 인식부터 불식시켰고, 오히려 차들을 한 쪽 일렬로 깔끔하고 안전하게 주차를 시킴으로써 활용할 수 있는 도로의 공간은 더욱 여유롭게 만들었습니다. 평소에는 대개 한쪽에만 차량이 다니므로 도로를 넉넉히 쓰며 다닐 수 있고, 맞은 편에 차가 와서 마주친다고 해도 도로 간격이 충분하여 서로 지나다니는데 불편함이 없던 것이죠.

이로 인해 외관상 보기에도 좋고, 주차를 나란히 한 줄로 더해 주차 편의도 높이고, 도로를 여유있게 쓸 수 있어 더욱 안전하게 다닐 수 있고, 공간 효율이 높아지니 오히려 주차 공간들이 남기 시작하는 기적을 이룰 수 있던 것이죠.

저는 이 변화를 보면서 비록 관리 책임자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이지만 그 덕분에 공동의 룰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변하여 주민들에게 높은 편의성과 거주 안정성을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좋은 제도란 이런 힘을 갖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이전 소장님이 제시한 방법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주민끼리 주차 문제로 아웅다웅 다툴 소지를 키우는 룰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싸움은 결국 대면하는 주민 당사자들이 벌이게 되는 것이지요. 당장 내 눈앞에 나의 주차를 방해하거나 답답하게 만드는 차량, 또는 차주가 있기 마련이고 여기에 감정적 싸움이 일기 마련입니다. 이런 싸움은 누가 일으킨 것과 마찬가지일까요?


저는 지금 옥신각식 하고 있는 다운보팅의 문제가 이런 맥락에서 키워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드포크 이후 발생하고 있는 이 일련의 현상들은 주차 공간을 두고 싸우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처럼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불합리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주차에도 '주차 정의'라는 것을 갖다 붙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차에 대한 나의 편의와 권리 차원에서 어필하다가 나중에는 싸움으로 번지기 마련이지요. 상대방 차 타이어에 펑크라도 안 내면 다행입니다.

룰이든 정책이든 일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는 내용을 가다듬을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요. 이번 하드포크에 들어있는 다운보팅에 대한 정책은 그 최초 의도가 어찌하였든 유저들에게 묘한 암묵적 메시지를 던져준 셈입니다.

  • 총은 있는데 총알을 자기 돈으로 사야해서 방아쇠를 못 당기는거니? 그럼 세금으로 총알을 공급해 줄게. 그러니 망설이지 마.

심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하는 것인지는 충분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옮고 그름, 필요 유무를 떠나 이번에 재단이 하드포크를 통해 풀어가보려 한 다운보팅 적용 방식은 노련하지도 못했고 세련되지도 않다는 생각입니다. 조금 더 노련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일을 풀어가려 했다면 분쟁을 더 줄여가면서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