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미래의 '조상 땅 찾기'는 블록체인으로?

in #sct2 years ago

연어입니다. 한 때 '조상 땅 찾기' 열풍이 분 적이 있었습니다. 재미있겠도 법학을 전공했던 후배 한 명이 초창기에 조상 땅 찾는 방법을 터득하여 실제 많은 땅들을 찾아냈지요. 덕분에 이 친구는 사법시험 공부를 때려 치우고 적지 않은 자산을 갖추며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선선한 저녁 여의도 한강변에서 함께 치맥을 하던 중에 뜬금없는 물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지요.

  • 형, 혹시 '조상 땅 찾기' 해본적 있어요?
  • 아니? 그게 뭔대?

후배의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한 번은 집안 어르신들이 모인 명절이었는데, 삼촌 한 분이 이상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답니다. 왠 브로커가 혹시 당신이 모르고 있는 땅을 좀 찾아주면 수수료로 '반띵'해 줄 수 있겠냐는 전화였다지요.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후배가 생각해보니 아무런 근거 없이 올 전화는 아닌거 같아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 삼촌, 제가 뭐라도 있는지 한 번 찾아볼까요?

다행히 삼촌을 비롯해 집안 어르신들이 모두 그간 모르고 넘어갔던 집안 재산을 찾아내면 남주느니 좋은게 아니겠냐며 한 번 해보라고 독려했다고 합니다. 결정적으로, 혹시 찾으면 이 후배가 다 갖는데 동의하기로 하고 말이죠. (정말 인심좋은 친척분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후배는 때마침 성격에도 잘 안 맞는 사법고시 준비를 하느라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던 차에 여기저기 백방으로 자료를 파고 다니며 근거를 찾아냈다고 하더군요.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충 이 친구가 말해준 논리는 이러했던 것 같습니다.


  • 형, 옛날에 말이에요. 일제시대 때. 글쎄 이 일본놈들하고 친일 앞잡이 놈들이 실제 토지 주인의 소재가 애매하거나 신고 누락되는 땅들을 다 지들이 해먹으려 머리를 굴린 적이 있었거든요. 토지 신고 기간을 주고 그 기간 안에 등록되지 않은 땅들을 다 회수한거죠.

  • 그런데, 그중에 신고가 되어 토지 대장같은거에 기록이 된 땅들이 있어요. 하지만 해방이 되었어도 6.25 전쟁이 터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이주하고 어렵게 정신없이 살아가는 와중에 조상의 땅이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된거죠. 바로 그런 땅들을 찾는거라고 보시면 돼요.

  • 그렇기 때문에 시작점은 형의 조상님 중에 일제시대에 살았던 분들, 그리고 그 때 살았던 장소를 찾아내어 시작하는거죠. 저도 몰랐는데 당시에 저의 할아버님들이 살던 곳은 서울 근교였더라구요. 덕분에 지금 땅값은 상당히 비싼거구요. 그 때 그다지 쓸모 없다고 팽개쳐진 땅들이 지금은 되려 금싸라기 땅인 경우가 많아요.

  • 어쨌든 당시의 토지대장과 몇 가지 기록에 남아있는 대장들이 있어요. 이걸 찾아내고 나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국가가 회수했거나 이용하고 있는 토지에 대해 반환 또는 사용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거는거에요. 누구든 조상이 실제 소유했다고 하는 기록을 찾아내게 되면 절반 이상의 승산은 생긴겁니다. 그 다음부터는 소송에 어떻게 대처해 가면서 승소하는지가 관건이고요.

  • 국가 입장에서는 그런 토지를 발전소나 여러 공공시설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마땅히 사용하지 못하고 놀려두는 토지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래서 후손들이 땅을 찾고 활용도를 높이거나 정당한 세금을 매기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도 유리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자기는 명색이 법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자존심도 있었고, 그 때는 '조상 땅 찾기' 대행을 해주는 브로커나 서비스도 없다시피한 상황에, 설령 그런 브로커가 있다 하더라도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상황이라 직접 뛰어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소송에 임했다고 합니다. 자기 변론도 하고요.

그렇게 약 5 차례에 걸쳐 귀한 땅들을 되돌려 받았고, 저랑 얘기하던 당시에도 두 건을 더 찾아내어 틈틈이 법원에 왔다갔다 하던 중이었답니다. 이거 참.. 뭐가 본업인건지 모르겠더군요.

그 때 이 후배녀석이 열변을 토하던 것이, 결국 기록의 싸움이다, 법이란 것이 명명백백한 증거 앞에서 어떻게 딴죽을 걸 수 있겠느냐, 어처구니 없는 계기로 작성된 일제 시대의 기록이지만 그놈들이 노렸던건 등록과 기록이 없는 땅들이었으니 기록이라도 된 저희 조상님 땅은 그래도 찾을 수 있었던거다...


최근 여러 실물 자산의 토큰화와 STO 시장 등에 대해 알아보면서 그 오랜기간 전세계적으로 그렇게나 많은 등기와 등록 자료가 쌓여왔음에도 여전히 어떻게 하면 실제 자산을 정확하고 믿을 수 있게 등록하고 기록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위변조 할 수 없는 기록과 토큰화를 통한 공정한 자산 분할과 분배는 여지껏 골치 아파해온 부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것이죠. 어쩌면 그간 수많은 유틸리티 토큰들과 화폐형 토큰들이 많은 가능성을 두드려왔던 것처럼 증권형 토큰들도 많은 시도와 활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지금 우리로 부터 몇 세대 지난 후에는 블록체인 기록을 뒤적거리며 '조상 땅 찾기'에 열을 올리는 후손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말이죠.

  • 형, 블록체인 기록 한 방이면 끝나요. 빨리 찾아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