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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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회장이 별세를 했다.

그 회장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지만, 그가 일구었던 대그룹이 망하고 난 뒤에는 "세계는 넓고 도피할 곳은 많다"는 듯 이곳저곳 신출귀몰한 방랑생활을 했다.

그는 뉴스를 보니까 베트남에서 한국 청년의 해외사업을 돕은 교육시설을 운영했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 그도 젊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만 그러한 역할이 좌절되었을 뿐이다. 꿈은 컸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나는 김우중 회장을 아주 좋아했다. 나는 대우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20대에 대우에서 제공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1주일간의 연수였고, 대체적으로 김우중 회장의 경영철학을 공부하고 사업현장을 견학하는 것이었다.

그 때 대우의 확장세에 놀라워했으며 머지 않아 대우가 재계 순위에서 1위를 확고하게 꿰차게 될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모처럼 있었던 기업 임직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대우의 열정이 대단하다면 칭찬을 했다. 그런데 그 분은 웃으면서 외부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자신은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게 계속해서 패달을 밟는 느낌이라는 것이었다. 자전거는 패달 밟기를 멈추면 허무하게 넘어져버린다면서. 그 때는 그분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나중에서야 대우 그룹이 해체된다는 뉴스를 접하고서야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을 뿐이다.

자신은 열심히 살았는데, 허망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떠할까? 아니면 김우중이 남성으로 83세까지 살게 된 것은 세상의 실패를 크게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뭔가를 도전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죽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도전정신... 이것이 어쩌면 나에게 주는 교훈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의 뉴스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냥 봉급 생활자로 늙어 죽느니 뭐라도 도전을 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신경을 곤두세우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어차피 인생이란 도전의 연속이 아닌가? 삶을 살면서 보호된 새장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매에게 잡아먹히더라도 넓은 하늘을 요리조리 날아다니며 자유로움에 도사리는 위험마저도 만끽하고 즐길 것인지.

결혼을 한 뒤로는 안정만을 추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먹고 살 것만 마련된다면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은데.. 역시 목구멍이 포도청임은 어쩔 수 없구나. 지금까지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내 집도 장만하지 못했고 노후 대책도 이렇다 할 것이 없다. 아내에게 넌즈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장난이 섞인 듯이 말을 했음에도 아내가 당장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나는 부모님께 당연히 직장을 열심히 다녀야죠, 별 뜻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살다 보니까 그냥 푸념 비슷한 것이 나온 것뿐이라고 얼버무렸다.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아마도 사람이 더 도전적이게 되지 않을까? 뭔가 삶의 바탕이 보장된다면 안일해지기보다는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보고 싶은 사람도 전체 인구의 절반쯤은 되지 않을까? 요즘 청년이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것은 그만큼 사회가 발전 가능성이 적고 생의 기본적인 욕구마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팽배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미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나이를 먹어버렸지. 중년이다. 중년이라고 해서 청년의 마음을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설사 사업에 실패를 했더라도 여전히 뭔가 원대한 꿈을 실현하고 싶어했던, 즉 항상 청년의 꿈을 품었던 83세의 노신사가 죽는 모습을 보면서 착찹한 심정을 억누를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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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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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년 화이팅 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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