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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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포크의 <롤리타>가 출간되었을 때 일이다. 세계문학 출간이 한창 유행인 때라 <롤리타>도 두어 개 출판사에서 거의 동시에 나왔고 블로거, 페부커들도 언제나처럼 각 출판사의 번역을 비교하는 글을 게시했다. 잠깐 훑어보니 A출판사는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번역했고, B출판사는 읽기가 어려울 정도로 번역 투가 심했다(나중에 알았지만 B는 오역도 심했다). 나는 당연히 A출판사가 이겼다가 생각했는데 댓글을 읽어보니 신기하게도 독자 평이 거의 백중세였다. B출판사를 지지하는 독자는 A의 번역이 '지나치게 친절'하며, B는 '작품의 난해한 특성을 잘 살렸다'고 평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독자들은 "가독성이 떨어지면 작품 자체가 심오해서 그렇다"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여백을 번역하라>, 조영학

  • A출판사는 문학동네, B출판사는 민음사를 말하는 걸로 보인다. 롤리타를 읽는다면 '문학동네' 번역을 추천한다.

소설은 롤리타를 부르며 시작한다. 문학동네 번역본 첫 문단을 옮긴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아침에 양말 한 짝만 신고 서 있을 때 키가 4피트 10인치인 그녀는 로, 그냥 로였다. 슬랙스 차림일 때는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의 이름은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에 안길 때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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