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크로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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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20여 년 전에 인도, 네팔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 점차 배낭여행이 인기를 끌던 시기였지만, 그때만 해도 인도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많이 가는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인도로 가는 여행자는 세계 이곳저곳을 다녀본 베테랑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초행자 딱 두 부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제가 바로 해외여행을 처음 인도로 간 케이스였습니다. 물론 한 해 먼저 인도에 다녀온 선배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습니다.

당시 인도 여행책자에는 이 지역에는 소매치기가 많으니 조심하라, 약을 타서 먹인 후 지갑을 훔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하라, 혼자 다니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들이 한 페이지 걸러 한 번씩 나와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인도에서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두 달을 즐겁게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이후에 중국, 티벳(중국 시짱자치구) 같은 곳으로 몇 번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지만, 처음 다녀온 인도 여행이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도 여행을 가기 전에 가장 많이 공부하고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두꺼운 여행책자를 분철해서 내가 갈 지역만 따로 모아 이동수단은 버스와 기차 중 어느 것으로 할지, 어느 호텔에서 묵을지, 어디 어디를 둘러볼지 하루 단위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여행은 계획을 세울 때가 가장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계획은 여행을 잘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투자에도 “wag the dog”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내가 두 발로 다닐 곳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계획을 세울 때의 즐거움과 설렘을 생각하면, 여행은 계획을 세울 때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저는 여행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이 잠자고 있던 저의 본능을 깨우고야 말았습니다. 돈황, 우루무치, 천산북로, 천산남로, 말만 들어도 설레는 이 단어들을 보는 순간, 이제 떠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는 첫째가 6학년이 되면 데리고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갈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는데, 그건 아직 4년이나 남았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10월에 계약 만료라 마침 시기가 좋습니다^^

스팀잇에 여행 계획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포스팅을 연재하면 꾸준히 여행 계획을 세우는 효과와 함께 스티미언들의 정보나 조언을 얻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계획만 세우고 여행은 못갈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일 구할 생각은 안하고 여행을 가겠다는 저를 한심스럽게 쳐다볼 아내, 아빠 혼자 놀러 가는 건 반칙이라며 앞을 가로막을 두 아이들.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 비행기를 타는 것은 4년 후 어쩌면 10년 후가 될지라도, 지금 이 순간 저의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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