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20-5] 溫故知新, 로마법 수업(한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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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라틴어 수업]을 감동적으로 읽은 적이 있기에 이 책도 기꺼운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은 많이 공부한 분이니 그렇다 쳐도, 우리의 흐려진 마음을 들여다 보게 하는 말과 사회의 현안에 대한 조근 조근한 깨우침은 어디서 나오는 혜안인지 모르겠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다 지혜로운 것은 아니던데.

이 책 역시 대학교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로마법 수업의 내용을 다듬은 것이라 이해하기 쉽고 설명이 친절하다. 17편의 강의록에 각 장 마다 로마어로 주제를 표기했다.
Lectio 1. 인간De hominibus 이런 식으로.

로마에도 흑수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당연히 노예가 그들이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잘 나거나 무예가 출중하여 주인을 위기에 구해 줘야만 주인은 그를 자유인으로 만들어 준다. 아무나 벤허가 되는 건 아니다.
노예들의 노동력이 로마 시민의 재산이었고, 서민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이 할당되었으며 매춘부들에게 조차 매춘세를 매겼다고 하니 위대한 로마제국의 밑바닥은 이들이 지탱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로마 시대는 자기 자식이 분명함에도 아버지가 신생아를 번쩍 들어 올려야(tollere liberum) 자식으로 인정됐다. 영아살해와 유기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났고,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커다란 고아원이 여러군데 있었다고 한다.

또한 특이한 것 중에 남의 돈을 떼어 먹은 사람에 대한 처형인데, 돈 좀 안 갚았다고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지만 대신 돈을 갚아줄 친족이나 지인이 없는 것은 '신의'가 없는 인간이고 이는 공동체를 위협하는 존재라 해서 중형이 내려졌다고 한다.

로마인들이 동성애를 벌로 다스린 것은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결혼으로 자녀를 출산하여 제국을 유지하겠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매춘과 동성애와 간통은 흔한 일이었고 그들은 오늘날의 우리처럼 사랑을 어렵게 하지 않았다.

'로마법 수업은 곧 인간학 수업입니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거슬 기억하고, 더욱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투쟁이자 꿈입니다. 거대하고 휘황한 문명은 우리를 저마다의 인격과 이상을 지닌 인간의 지위에서 끌어내려 무수한 소비자이자 무지한 대중의 일원으로 전락시키려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단독하고 존엄한 인간일 것입니다(231).'

마지막 편에 있는 이 문장은 깊은 울림을 준다.

로마법 수업 / 한동일 / 문학동네 / 2019 / 15,500원 /인문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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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책은 손이 잘 안갔는데 한번 읽어보고싶네요. 읽어보고 싶은 책이 너무 많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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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로마법 수업이란 책도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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